건강 & 문화

푸르제(Fougere)에 대하여

푸제르(Fougere)란
푸제르(Fougère)는 프랑스어로 "양치식물(fern)"을 의미한다. 푸제르 어원은 프랑스 퍼퓸 브랜드 Houbigant의 1882년에 탄생한 ‘Fougere Royal’에서 시작되었다. 푸제르 타입은 역사가 깊고 향조가 클래식하며 전형적인 남성 향으로 대표된다. 최근에는 여성들도 선호하여 중성타입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푸제르 타입 향수의 향조 분석
푸제르(Fougère) 향의 기본 골조는 라벤더, 오크모스, 쿠마린으로 구성된다. 이 세 가지는 푸제르 타입 향조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축을 이룬다.
초반에는 허브 계열의 신선하고 촉촉한 향으로 시작하며, 이후 오크모스와 쿠마린이 어우러져 숲 속 부드러운 대지의 기운과 흙 내음의 깊이감을 전달한다.
특히 쿠마린은 1868년 화학자 윌리엄 헨리 퍼킨(William Henry Perkin)에 의해 처음 합성된 원료로, 천연 향료들의 짧은 지속력을 보완하는 데 사용된다. 또한 천연물에 다량 함유된 리나룰(Linalool)과 함께 라벤더 어코드를 조향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푸제르 향조는 라벤더 외에도 세이지(Sage), 로즈마리(Rosemary) 등의 허브 노트를 추가해 시작의 상쾌함을 강화할 수 있다. 미들 노트에서는 제라늄(Geranium)과 장미(Rose) 등의 플로럴 계열 원료를 통해 향의 섬세함과 우아함을 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라스트 노트에는 베티버(Vetiver) 등 우디 노트를 조합하여 전체적인 깊이감과 풍성함을 완성한다.
푸제르는 신선한 허브 노트, 디테일한 플로럴 터치, 깊이 있는 우디 베이스가 조화를 이루는 향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오크모스 사용에 대한 규제(IFRA 규정 등)로 인해, 오크모스를 대체하거나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향수 ‘Fougere Royal,   Houbigant’

Fougère Royale 소개
앞서 설명한 푸제르(Fougère) 타입의 기원을 대표하는 향수가 바로 Fougère Royale이다. 이 향수는 1882년 프랑스의 조향사 **폴 파케(Paul Parquet)**에 의해 탄생하였다.
폴 파케는 조향 역사상 혁신적인 인물로 평가받으며, 샤넬 No.5를 조향한 어니스트 보(Ernest Beaux)로부터 “그 시대 최고의 조향사”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그는 또한 Houbigant 브랜드의 공동 소유주이기도 하였다.
폴 파케는 푸제르의 어원인 ‘고사리(Fougère)’에서 영감을 받아 이 향수를 기획하였다. 실제로 고사리는 향을 내지 않는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사리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향의 개념과 정의를 창조해냈다. 이 점은 당시 조향사들에게 큰 충격과 동시에 깊은 영감을 주었으며, 현대 조향사들에게도 여전히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폴 파케는 "만약 신이 고사리에 향을 부여했다면, 그것은 Fougère Royale의 향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일화는 푸제르 로얄이 단순한 향수를 넘어, 하나의 새로운 조향 장르를 탄생시켰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Fougère Royale의 재출시와 향조 분석
Fougère Royale은 20세기 중반 한 차례 단종되었다가, 2010년대에 재출시되어 현재에도 만나볼 수 있다.
최초로 합성 향료인 **쿠마린(Coumarin)**을 사용한 이 향수는 라벤더와 오크모스를 조합하여 세계 향수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 합성 향료를 본격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사례로, Fougère Royale은 현대 향수의 시초가 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향조는 베르가못(Bergamot), 라벤더(Lavender), 세이지(Sage)로 상쾌하게 시작하며, 미들 노트에서는 제라늄(Geranium), 로즈(Rose), 카네이션(Carnation)이 조화를 이루어 풍성한 플로럴 부케를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오크모스(Oakmoss), 쿠마린(Coumarin), 바닐라(Vanilla), 머스크(Musk)가 베이스를 구성하여 부드럽고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향수는 아로마틱함, 스위트함, 자연의 그린함, 미묘한 스파이시함이 균형을 이루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푸제르 타입의 정수를 보여준다.
또한 향조 분석에서 언급된 쿠마린은 푸제르 형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향료이다. 쿠마린은 통카빈(Tonka Bean)이라는 바닐라 향을 가진 열매에서 추출되며, 스윗하고 파우더리한 향취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딥하고 드라이한 아우라를 함께 드러낸다. 이러한 특성은 푸제르 구조에 깊이감과 세련된 마무리를 부여한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대한조향연구협회뉴스]에 있으며, 작성자와 신문사의 동의 없이 복사, 배포, 수정,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기사 작성: [고강인] | 사진 출처: 픽사베이(www.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