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레(Chypre)란? 지중해의 섬 키프로스(Cyprus)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이 지역은 예로부터 활발한 상업활동과 향료와 향수로 유명했습니다. 풍부한 자연 속에서 재배되는 감귤류 과일들, 울창한 숲속과 흐르는 시냇물 옆 이끼까지 이 섬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의 향기를 담아 1917년 조향사 프랑수와 코티가 ‘Chypre’라는 향수를 만들었고, 이전에도 코티가 만든 향수와 비슷한 향들이 있었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코티의 시프레 향수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하여 해당 향수의 골격 형식과 어코드와 대체로 비슷한 향수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코티의 시프레는 현재의 시프레 타입의 시작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프레는 어떠한 느낌, 향취라기보다는 하나의 형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프레의 향조 분석 시프레는 숲에서 느껴지는 신선함과 깊이감, 색으로 보자면 브라운과 딥그린이 어우러진 향을 맡아볼 수 있습니다. 시프레의 대표 요소로는 베르가못-랍다넘-오크모스가 있습니다. 탑의 베르가못으로 싱그러움과 상쾌함, 베이스에 랍다넘과 오크모스로 깊은 우디함과 그늘진 축축함과 동시에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표현합니다. 이 기본 구성에 다른 향들을 추가해 여러 방향의 시프레 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들 노트에 플로럴을 강조하면 플로럴 시프레, 과일의 스윗함을 터치하면 프루티 시프레등이 탄생합니다.
대표 향수 - ‘Miss Dior original, CHRISTIAN DIOR’ 시프레 타입을 이야기할 때 놓칠 수 없는, 가장 대표되는 향이 바로 디올의 미스 디올 오리지널입니다.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은 자신의 ‘NEW LOOK’ 컬렉션을 위해 조향사 Jean Carles와 Paul Vacher이 함께하여 탄생한 향수입니다. Jean Carles과 Paul Vacher 모두 세계적인 조향사로 Paul Vacher은 1927년 랑방의 상징적인 향수 아르페쥬를 만들었고, Jean Carles 역시 일찍이 향수 제조 분야에서 일하면서 그의 천재성과 창의력은 실로 유명했습니다. 이 둘의 협력으로 탄생한 미스 디올 오리지널은 특별하고도 안타까운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조향사 장 칼은 생애 후반부에 들어설수록 후각 기능이 점점 저하되었고 이내 모두 상실해 더 이상 코를 사용해 향을 맡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만이 가지고 있는 후각 기억만으로 미스 디올 오리지널이라는 향수를 만들었고, 이는 그에게도, 세상에도 뛰어난 업적이었습니다. 이는 미스 디올 오리지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아선 안 되는 중요한 스토리입니다. 크리스챤 디올의 여동생인 카트린느의 애칭에서 유래된 이 향수는 그린 플로럴 시프레 타입으로 처음 갈바넘이 주는 자연의 강렬한 프레쉬함과 자스민과 로즈의 플로럴 미들 노트로 우아함을 더하고 마지막 오크모스, 랍다넘과 더불어 패출리가 믹스되어 따뜻하면서도 신선한 우디향을 맡아볼 수 있습니다. 미스 디올 오리지널은 시프레 그자체인 향이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미스 디올 오리지널은 수년에 걸쳐 다양한 병들에 담아 선보여졌습니다.
바틀이 달라진 만큼 포뮬라도 몇 번의 수정이 이루어졌는데요. 이는 오크모스 이슈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오크모스는 시프레 구조에서 가장 메인이 되는 향으로 떡갈나무에서 자생하는 조류와 균류로 이루어진 지의류의 일종입니다. 깊은 우림에서 맡아볼 수 있는 부드러우면서 시원함, 눅눅하고 축축한 풀 내음과 동시에 흙내음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향의 지속성과 볼륨감을 높여주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오크모스 속 특정 성분이 피부 감작 반응을 일으킨다는 논란이 제기되었고, 유럽의 소비자 안전 과학위원회(SCCS)는 오크모스를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분류, 현재에는 국제향료협회 IFRA 규제에 따라 사용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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